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5

[에세이] 한국인의 문화유전자가 발현되는 순간 “지금 나하고 따지자는 거야?” 의견이 부딪혀 갈등으로 치닫으려 할 때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이 나오면 분위기가 수그러 든다. 따진다는 건 시시비비를 가리지는 것이며, 네 책임과 내 책임을 나누어서 잘잘못을 재보자는 뜻이다. 재는 건 우리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따진다는 건 계산해보자는 말이다. 사람 사이에 계산이 들어간다는 건 한국인에게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때문에 눈치껏 가볍게 넘어간다. 여기서는 포용의 문화가 엿보인다. 정(情)에는 계산이 없다. 덤으로 주는 나물에도 얼마큼의 양이 더 들어가는 지 모른다. 한 움큼이라 할 지라도 조금 쥐어서 더 얹는 걸 수도 있고 한 손 가득 집어서 주기도 한다. 그 양이 몇 그램이 되겠는가. 따지자는 건 정을 무너뜨리겠다는 거고, 우리에겐 싸움을 거는 게 된다.. 2024. 6. 7.
[에세이] 세상은 ‘정’의 논리로 돌아가지 않는다. 유치원을 다녔을 때다. 6살이다. 친구가 나를 밀었다. 넘어지며 책상에 부딪혔는데 머리가 찢어졌다. 지금도 상처 부위와 부딪힌 곳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다친 부위를 짚어보라 하면 무조건 반사로 손을 올려둘 수 있다. 오른쪽 뒷통수에서 살짝 윗 부분이고, 모서리가 다듬어지지 않은 나무 책상이었고 초록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다.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렀다. 유치원 원장님과 담당 선생님이 나를 데리고 택시를 탔다. 가는 동안 양쪽에 앉아서 원장님은 나를 어르고 있었고 담당 선생님은 내 머리를 지혈했다. 여섯 바늘 넘게 꿰맸다. 그만큼 느꼈던 충격이 컸다. 그래서인가 복수심 같은게 있었다. 나를 다치게 한 그 친구가 무엇 때문인지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그 친구의 엄마가 사실을 알고 화해시키려는 것이었.. 2024. 5. 29.
[에세이] 한국인의 정은 더이상 관용구가 아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포대기가 아닌 매달려 있다. 제 팔과 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는 엄마가 걸을 때마다 흔들린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포대기로 아이를 업으면 아이의 팔다리가 엄마의 등에 밀착된다. 포대기의 천이 따뜻하게 엄마의 몸과 아이의 몸을 감싼다. 갓 태어났을 때 아기가 배냇잇에 싸여 있던 것처럼 포대기는 정서안정을 느끼기 좋다. 어릴 적부터 엄마와 밀착되어 교감을 나누었기 때문에 지난 날엔 사랑의 매를 들어도 교육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제는 그런 정서적 교감이 부족해졌다. 매를 들게 되면 아이에게 좋을 것이 하나 없다. 포대기가 사라졌으니 더 많이 안아주는 스킨십이 필요할 거다. 말로도 이야기 해줘야 하고, 품이란 것을 알려줘야 할 것이.. 2024. 2. 15.
[에세이] 경제적 풍요와 빈곤은 인과관계다 음료를 들고 버스에 탔다. 날카로운 인상의 버스기사님은 안 된다고 내리라고 강한 어조로 이야기 했다. 뚜껑 모두 뜯지 않고 테이핑이 되어 있었지만, 기사님의 말에 수긍하고 하차했다. 실랑이를 벌일 이유가 없다. 마음 한 켠은 섭섭하고 욕도 나올 정도로 짜증났다. 법이 바뀌었고 사회 분위기도 바뀌었다. 운전수의 권한이다. 승객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겼기에 그걸 무시할 수 없다. 음료수를 흘리는 이들이 그만큼 많기에 생겨난 권한이다. 불친절함이 친절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서로 주지 않고 받지 않는게 당연한 시대가 되었다. 펜스룰도 당연해진 요즘이다. 호의로 다가가도 범죄자로 몰린다. 목격자도 있고 증거영상이 있는데도 말이다. 정이 사라진 사회. 정(情)은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였다. 같은 동네의 아.. 2024. 1. 21.
728x90
반응형

"); wcs_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