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주 토요일마다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삶이 어려운 분들을 소개하고, 그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가끔은 내가 너무 비인간적인 것 같다고 느껴서, 이 프로그램을 꼭 챙겨보면서 인간성을 기르고자 한다. 보면서 눈물이 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때마다 나도 인간인 것을 느끼고 안심한다.
며칠 전, 노모와 함께 사는 아들의 사연이 나왔다. 시력이 나빠져, 시야가 많이 어두워진 노모는 시각장애와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엄마 가방에 달린 노끈을 아들은 꼭 붙잡고 밖을 나선다. 밭에서 일군 작물들을 장에 내다 팔기 위해서 읍으로 나가는데, 되도록이면 아들과 함께한다.
나이가 들어도 아들은 전과 똑같다. 어린 아이처럼 한결같은 아들을 두고 밖을 나가기 어렵다. 본인도 시야가 어두워 초행길은 더더욱 조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픈 아들과 함께하는 모습에 마음이 안타까웠다. 전부터 밥짓는 것부터 아궁이에 불을 때는 것까지 알려주기 시작한 노모. 본인이 떠나고 난 뒤의 아들의 모습이 걱정되서이다. 2천원, 3천원 꼬깃꼬깃 모은 돈을 늘 은행에 가서 통장에 넣어둔다. 미래에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래서다.
자신이 떠나도, 자식이 떠난 것을 알까 걱정하는 노모를 보며, 조금 슬펐다. 지체장애인 아들이 부모가 죽은 것을 몰라 시신이 방치되었다는 뉴스를 여러번 봤다. 죽음의 의미를 모르는 아들이기에, 왠지 더 슬프게 느껴졌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때에 맞게 알게 되는 것들이 생긴다. 당연히 알게되는 것들을 이 아들은 알 수 없다. 애석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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