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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을 부정하는 삶은 좋지 않다. 모든 건 아주 작은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물질적인 삶을 사는 건 우리의 숙명이다. 부정하려 들면 삶이 팍팍해진다. 오래전 어머니께 물려받은 항아리, 대대손손 물려받은 수저와 그릇들은 다 부숴버려야 한다.
물질을 부정한다면 그딴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그저 오래된 구닥다리 항아리이고 수저이며 그릇일 뿐인데 말이다. 그 안에 함께하는 기억이 있고 공동의 이야기가 있다. 물질은 그걸 담아낼 수 있다. 인간의 기억은 너무나도 보잘 것 없어서 어느 것에 투영시키지 않으면 쉽게 날아간다.
소중한 추억을, 기억을 물질에 담아낼 수 있기에 물질적인 삶을 사는 건 당연하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그곳에 내가 살던 집이 있고 마루가 있고 사랑방이 있어서다. 만들어진 공간이 존재하기에 우리는 계속 추억할 수 있는 거다. 부모는 왜 자식의 배냇저고리를 계속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저 오래된 조그마한 천떼기라고 보는 건 인간이 아닌 거다. 사람이 아니다. 조그마한 아기가 처음 입어보는 제대로 된 옷이면서 부드러운 옷감이다. 그 안에 생명이 있고 울음이 있었다. 물질을 부정하는 삶은 인간미를 잃어버린 척박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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