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악설을 믿는 것이 마음 편하다. 보는 시선이 부정적으로 빠질 우려는 있지만 그건 본인 역량에 따라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니 이건 논외로 두는 것이 낫겠다. 성악설의 기본 논제는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점점 악해진다는 것이다.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면서 사람의 성향이 나빠진다고 보는 견해인데, 이런 주장을 갖고 사는 것이 어떠한 점에서 도움이 될까. 경계하는 자세가 생긴다.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에 있어 더욱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판단하게 된다.
살짝 차가 긁힌 접촉 사고에서도 부품을 교체한다던가 다른 부위의 부품까지 교체하려고 드는 못된 심보의 사람들이 많다. 후배나 체구가 작은 학생의 돈을 빼앗아 오토바이를 산다거나, 무리에 섞이기 위해 남을 비난하는 말을 일삼는다거나.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의 예는 많다.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악한 의도가 없어도 악행을 저지를 수 있으며 평범한 우리도 언제든지 악행을 일삼는 악마가 될 수 있기에 늘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그녀의 견해는 성악설과 꽤나 비슷하다.
이기적인 것이 사람 마음인지라, 그것을 악하다는 입장으로 바라볼 때 여러가지 일들이 쉽게 이해가 된다. 꼭 사기를 당하고서야 사람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믿으려는 마음에서 나오며 실재하지 않는 것은 우리에게 쉽게 신뢰를 줄 수 없다.
믿는다는 그 마음 가짐 역시 우리의 의견이고 입장일 뿐이고, 그 대상은 우리에게 어떠한 입장도 말도 얘기하지 않는다. 믿음이 깨진다는 건 그런 면에서 꽤 쉬운 일임을 알 수 있다. 성악설에 무게를 싣는 것은 자신의 리스크 관리에 있어 좋은 태도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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