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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에세이] 내 것이 아닐 운명이다

by JW9 2022.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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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태권도를 배웠다. 그 시대에 보통의 남자들은 운동을 한 가지 이상은 했다. 태권도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2004 올림픽 결승에서 문대성 선수의 뒤돌려차기를 보고 충격을 받았고 선수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태권도를 배우면서, 힘들지만 즐거웠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서있을 나를 그리면서 열심히 운동을 했다. 국기원에서 진행했던 겨루기 시합에서 은메달을 딴 이후로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 다니던 태권도가 사정이 나빠져서 다른 태권도장과 합쳐졌다. 그곳에서는 더더욱 혹독하게 운동을 했다.

잘 안되는 날에는 원산폭격도 하고, 많이 맞았다. 발차기 자세가 딱딱 끊어지지 않으면, 다리를 맞아가며 훈련을 했다. 당연한 줄 알았다. 관장님의 말이 곧 법이었다.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재밌게 우리를 달래주셨다. 관장님의 훈련에 한치의 의심도 들지 않았다.

어느 날은 너무 힘들었다. 집과 먼 거리였고, 매일을 반복하다보니 관장님의 사랑의 매가 무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점점 좋아하던 것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커져가는 싫증은 다시 회복하지 못했고, 집 근처 태권도장으로 옮기게 되었다.

집과 가까이 있던 태권도장은 아동 성추행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남자 아이들의 도복을 벗기는 건 당연했고, 여자 아이들에게 이쁘다며 껴안고 뽀뽀했다. 나도 자주 당했다. 결국엔 참지 못하고 부모님께 울면서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다시는 태권도에 정을 붙이지 못했다.

나는 태권도 선수를 할 운명이 아니었던 것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부터는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에는 내탓을 많이 하기도 했고, 환경을 탓하기도 했다. 더 좋은 곳에서 태권도를 했다면, 계속 운동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한때는 전부였던 것을 포기하고 나니 허무했다. 뭘 해야할 지 막막함이 컸다. 이때처럼 다시 무언가에 열정을 쏟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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