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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배신이 될 때가 온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중학생 때 여자아이들과 어울린다는 이유로 함께 놀던 남자 애들은 나를 무시했다. 언제부턴가 그런 낌새가 보였다. 전학온 지 얼마 안 된 친구 역시 그랬다. 그 친구는 어떤 일이 있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어찌하다보니 20대 초반까지 관계가 이어졌지만, 그 친구의 침묵으로 일관한 태도로 인해 멀리하게 되었다. 나에겐 그 친구의 침묵이 배신이었다.
집단에 녹아들면 생기는 일이다. 침묵이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공개적으로 나섬으로 인한 리스크를 지고 싶지 않은 것이 인간 본능이다. 그걸 깨뜨릴 수 있을 때 달라질 수 있다. 내가 집단을 믿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기도 하다. 침묵은 절대 금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영악했던 나의 행동은 교육과정을 거치며 억압당하고 교정되어 왔다. 개성이 사라진 결과가 되었다. 내 할 일 빨리 하고 놀면 안 되는 것이고, 숙제를 빨리 내지 않고 제 기간에 제출해야 했다. 학원 시험을 잘봐도 수업이 끝나고 학원에서 놀면 안 되었다.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 되었다. 그저 그런 평범한 아이가 되어 나이만 먹었다.
눈치보며 자신을 숨기고, 의견을 감춰야 하고 침묵을 지켜야 했다. 그것이 나를 지키는 것이 아니었음을 몰랐다. 나는 나이기를 격정적으로 바라야 했다. 나다움을 잃어가는 것은 아름다움을 잃는 것이다. 빛을 잃어가는 별은 폭발하며 소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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