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태신앙은 최악이다. 자기 결정능력이 미숙한 아이에게 종교를 심어주는 행위는 비인도적이다. 어린 시절부터 종교와 가까이할 이유가 없다. 그 어떤 도움도 안 된다. 현실은 끊임없는 투쟁이다. 겪어낼 재간을 길러내는 건 내가 할 몫이다. 종교의 교리는 그 몫을 빼앗아 간다.
성인이 된 이후에 종교를 가지는 건 전적인 자기 선택이다. 그러기에 뭐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종교를 알려주는 건 미친 짓이다. 그건 아이를 존중하지 않기에 나올 수 있는 부모의 오만함이다. 아이를 하나의 생명이란 객체로서 대한다면 절대 종교를 알려줘선 안 된다.
절대적 존재는 없다. 그래서 신을 믿는 것이다. 어른이 되고서 기댈 곳 하나 없고, 갈수록 책임만 늘어나기 때문에 신을 믿고 싶은 것이다. 그리스도교에선 예수란 존재를 신의 대리자로 추앙했던 것이며 그 논리로 생물학적 아버지가 없다는 설명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슬람에선 알라라는 유일신 아래 무함마드가 예언자로 내려왔다고 말한다.
어찌됐건 이 둘은 인간이다. 종교라는 관념을 쉽게 받아들이기 위해 인간이란 대상을 끌고 온 것이다. 가시성을 띌 때 신뢰라는 개념이 생긴다. 보여야 뇌가 인식하고 처리한다. 무언가 눈에 보일 때 쉽게 상상할 수 있고 그걸 가지고 우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야기에 사람들이 더해지면 힘이 생긴다. 그 힘은 다시 사람들을 휘어잡는다.
종교는 그렇게 탄생했다. 사람들이 한데모일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이야기가 필요했다. 살기 위해서였다. 종교는 공통의 이야기다. 미숙한 아이에게 종교는 매우 위험한 이야기다. 성인이 되어서 관심을 가져도 늦지 않다. 세상에 던져지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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