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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실외기에 나뭇가지들이 쌓여있었다. 어쩌다가 발견했다. 그만큼 신경 쓸 생각을 못했다. 에너지를 다른 곳에 모두 쓰다보니 놓치고 있었다. 아마, 까치가 집을 지으려 했던 걸로 보였다. 베란다 구조물과 실외기의 설치물이 결합되어 생겨난 빈 공간은 새의 입장에서 둥지를 짓기 좋다.
겨울에는 찬바람을 막아주며 쉽게 은폐할 수 있다. 도시에서 사는 새에겐 이런 공간이 나은 선택일지 모른다. 나뭇가지가 쌓아져 있다는 걸 알았음에도 그냥 냅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불현듯 떠올라 베란다를 봤지만 둥지는 완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최적의 장소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더이상 둘 수는 없다고 생각해 긴 막대로 툭툭 쳐서 떨어뜨렸다. 무너지지 않도록 구조물 사이로 나뭇가지를 잘 끼워놔서 손을 써야 했다. 파괴하는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만드는 것에는 에너지가 쓰인다. 그 안에는 생명이 있다. 예비 입주자가 까치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본래 예정대로 완공되었다면 새생명이 자랄 공간이었던 것이 아닌가.
이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방법이 대두되어야 한다. 생명이 자랄 수 없는 곳에는 자연은 없다. 당연히 그곳에는 인간도 없다. “자연보호”라는 오만을 내려놓아야 한다. 여기서부터 우리는 다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이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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