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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에세이] 세상은 ‘정’의 논리로 돌아가지 않는다.

by JW9 2024.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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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을 다녔을 때다. 6살이다. 친구가 나를 밀었다. 넘어지며 책상에 부딪혔는데 머리가 찢어졌다. 지금도 상처 부위와 부딪힌 곳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다친 부위를 짚어보라 하면 무조건 반사로 손을 올려둘 수 있다. 오른쪽 뒷통수에서 살짝 윗 부분이고, 모서리가 다듬어지지 않은 나무 책상이었고 초록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다.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렀다. 유치원 원장님과 담당 선생님이 나를 데리고 택시를 탔다. 가는 동안 양쪽에 앉아서 원장님은 나를 어르고 있었고 담당 선생님은 내 머리를 지혈했다. 여섯 바늘 넘게 꿰맸다. 그만큼 느꼈던 충격이 컸다. 그래서인가 복수심 같은게 있었다.

나를 다치게 한 그 친구가 무엇 때문인지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그 친구의 엄마가 사실을 알고 화해시키려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친구와 집에 갔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피아노 위에는 얼마 안 되는 돈이 있었다. 그 돈을 가져왔다. 돈을 쓴 기억은 없다.

돈의 정확한 개념을 모르는 나이었으니 그저 어른들이 뭘 하고 다니니 좋은 건가 싶어서 가져왔다. 어린 애가 뭘 알았겠는가. 그저 보복심리란 게 있었다. 내가 다쳤으니 말이다. 그때 제대로된 사과나 보상을 받은 적이 없다. 엄마가 와서 사과라던지, 친구가 미안하다고 했어야 했다.

당시 돈의 논리보다 정이란 한국인의 관념으로 돌아가던 시대였다. “남자 애가 놀다보면 다칠 수 있지” 정도로 가볍게 넘어갔다. 6살 밖에 안 되던 꼬마는 정이란 건 없었다. 돈의 논리로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는 심보가 있었다. 다친게 억울해서, 사과도 못받은게 이상해서.

분명 어른들은 우리에게 “잘못한 친구한테 미안해라고 말해야 하는 거야.”라며 가르쳤다. 그런데 세상은 어른의 말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때, 처음 배신감과 비슷한 감정이 생겼다. 성인이 된 지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그 감정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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