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운은 분명 존재한다.

운은 분명 존재한다. 이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삶의 태도가 불손해진다. 실력만으로,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사 복잡하게 서로 얽히고 설켜있어 나만의 힘으로는 무언가를 극복하거나 견뎌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초인적인 능력이 있어도 나혼자 피라미드를 쌓고 성벽을 쌓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망한 사업이 있는가하면 오히려 성장한 사업이 있다. 미스터트롯 1의 대성공은 시대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가장 활동성이 높았던 5060 세대가 코로나로 인해 외부활동에 제한이 생기면서 쌓인 내적 불안과 불만들이 트로트를 통해 해소될 수 있었다.

가수 임영웅의 어떤 팬은 “힘든 시기에 나를 살려준 생명의 은인이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가 트로트 가수로서 정점에 설 수 있게 된 건 비단 겸손함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연예인은 시대를 타고 나야 한다. 그 당시 사람들이 원하고 갈망해야 하며 그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역량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잘된 건 노력에 상당한 운이 더해졌기 때문이란 걸 알아야 한다. 이 땅에 나고 자랄 수 있던 것, 그것도 물질적으로 생활에서도 크게 결핍이 없는 환경에서 숨쉴 수 있는 건 모두 운이다. 운이라는 걸 받아들일 때 비로소 감사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사람들이 글을 읽는다는 건, 이 땅에서 살 수 있기에 또 물질적으로 크게 결핍이 있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운과 노력은 떼어놓고 볼 수 없다. 노력만 있어도 안 되며 운만 있어도 안 된다. 몇몇 복권 당첨자의 삶이 망가지게 된 이유를 생각해보면 된다. 로또에 당첨되는 운이 있어도 그걸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운은 운으로 받아들이며 감사해야 한다. 따라주지 않는다고 원망과 증오를 가질 필요도 없고 따라준다고 해서 잘났다는 마음을 가져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