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몸으로 태어나 옷 한벌은 건졌잖소’ 타타타라는 노래 가사처럼, 우리는 아무것도 없이 세상에 태어난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손에 쥔다. 그러면서 놓치는 것들도 많다. 쥐고 있는 것조차 잃을 수 있다.
가지고 있는 것들에 우리는 잃는다는 상상을 쉽게 하지 못한다. 그 상실감을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아프기 때문이다. 연인으로부터의 예고치 못한 이별선고. 이혼 후에 밀려오는 감정. 결혼 후 애지중지 키운 자식이 독립하고 난 후의 공허함. 주식투자 했던 나의 자산의 손실. 상실의 내용은 제각기 다르겠지만, 소유에 대한 집착이 강하면 강할 수록 상실에 대한 크기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퀸 사이즈 침대를 써보면, 싱글침대를 다시 쓰기 힘들다. 그랜져를 타보면, 그 아래 소나타로 바꾸기 어렵다. 크기로부터 오는 편안함에 너무 당연해지기 때문이다. 무엇을 소유하면서 우리는 점점 그것에 익숙해진다. 그렇게 익숙해지고 당연해진다.
상실연습을 해야한다. 무엇을 잃어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최악을 준비하라는 이야기다. 평생을 함께할 것 같던 연인도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것. 열심히 모은 목돈도 언젠가, 크게 쓰일 수 있다는 것. 내가 기대한 주식도 어쩌면, 기대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 자주 가던 단골식당도, 불현듯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것. 오늘 아침 컨디션이 좋아도, 스트레스 받을 일이 있을 수 있으니 컨디션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것.
그 내용은 각자 다를 수도 있겠지만, 살아가면서 이런 마음가짐을 연습해야 한다. 사람은 무엇이든 연습하지 않으면, 그것에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살면서 해야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것마저 우리는 연습해야 한다 생각하니, 복잡미묘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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