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살고있는 아파트에 이사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초인종을 누르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리모델링 동의서명을 받기 위한 전입자들이다. 찾아오는 사람들의 양해를 구하는 태도는 다양하다.
어느 날은 신혼부부가 찾아와서, 일반쓰레기 봉투를 건네며 특정 날짜를 알려주었다. 이때 소음이 심한 공사가 있다며, 양해를 구하면서 동의서를 건넸다. 당연히 웃으면서, 서명하고 반겨줬다. 문제가 될 상황이 전혀 없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특정 날짜에 소음이 심할 거라 했지만, 막상 당일이 되어보니 소음은 거의 없었다.
며칠 전, 또다른 분이 리모델링 공사를 한다며, 서명을 받으러 왔다. 그냥 별말 없이 서류만 건네서, 나도 대충 서명하고 돌려보냈다. 같은 호수라인이었는데, 소음이 너무 심했다. 분명 3층 위에서 진행되는 공사인데도, 바로 위층에서 공사하는 것처럼 굉장히 불편했다. 드릴 쓰는 소리는 저녁이 될 때까지 이어졌고, 망치질 소리도 너무 크게 들렸다.
티비소리도 잘 안들릴 정도로 심했다. 개인적인 일을 보는 데도, 소음이 심하니 스트레스가 안 생길 수가 없었다. 앞서 말한 신혼부부와 자연스레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별 감정이 없던 사람이었지만, 소음 덕분에 이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다르게 느껴졌다.
신혼부부는 별거 아닌 일반쓰레기 봉투이지만, 가정에 필요한 것을 건네며 양해를 구했다. 밝은 말투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특정 날짜를 언급한 세심한 배려 덕에, 이 부부의 이미지는 아름다워보였다. 반면, 소음이 심한 공사가 있을 거라는 설명도 없이, 서명만 받으러온 이 사람에 대해서는 소음을 겪고 난 뒤로, 좋지 않은 이미지가 생겼다.
세심한 배려의 차이가 이미지를 만든다. 배려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대부분이 신경쓰지 않을 별거 아닌 것들을 놓친다.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세이]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한 방법 (0) | 2021.12.07 |
---|---|
[에세이] 설렘을 찾기 어려워졌다. (0) | 2021.12.06 |
[에세이] 조심스럽게 대해야 하는 사람 (0) | 2021.12.05 |
[에세이] 에너지는 좋은 곳에 써라 (0) | 2021.12.04 |
[에세이] 계획적이지 않아도 계획적으로 사는 법 (0) | 2021.12.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