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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에세이] 언변의 힘

by JW9 2022.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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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때 잠시나마 유명인사가 된 적이 있다. 학생들은 내 얼굴은 몰랐어도, 이름 세 글자는 다 알았을 거다. 총학생회가 만들어지지 않아, 오랫동안 자치위원회가 그 뒤를 계속해서 이어받았다.

별뜻은 없었으나, 총학생회에서 장학금을 받으면서 일을 해보고 싶어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려고 마음을 먹었다. 자치위원회에서는 내가 지지기반을 갖고 총학생회 나간다니, 견제하는 차원에서 이상한 루머를 퍼뜨렸다.

‘비선 실세다. 동아리에서 겁도 없이 나온다.’ 라는 수준낮고 질 떨어지는 원색적인 비난 덕분에 내 이름이 화두에 올랐다. 결국에는 지원 기준인 학점을 마음대로 상향 조정해서, 입후보를 못하게 만들었다. 결국에는 나와 함께하기로 한 친구를 입후보를 하게 했다.

다른 일을 하고 있었기에, ‘필요하면 도와주겠다. 도와줄 수 있으면 선뜻 도와주겠다.’ 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비웠다. 비운 동안 루머에 또다른 루머가 쌓여있었고, 학과에서 호출했다.

사실, 조교가 나를 부른 것이었고 나름대로 본인이 수습해보겠다는 허영심 가득한 목적의식으로 나를 학과 사무실로 불렀다. 나랑 동갑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와 친하지는 않았다. 말을 계속 빙빙 돌리며, 반말을 틱틱 뱉길래, 나도 억양을 높여서 대응했다.

“네가 말하고 싶은 게 뭐냐. 지금. 고작 학과 학생에게 들은 루머랑 교내에 떠도는 얘기로 나한테 뭘 심문하고 싶은 거냐.” “나는 목금토일 내내 일하러 지방에 내려가있었고, 그때동안 뭘 했겠냐. 상식적으로.” “저번부터 매번 나를 탐탁치 않게 여겨서 이때다 싶어 그러는 거냐.” 라고 쏘아붙였다.

갑자기 조교가 에베베 거리길래, “사실무근이니 그냥 넘어가라. 학과에서 뭘 할 수 있을 것이며, 언제부터 날 그렇게 소중히 생각했냐.” 라는 말로 마무리 지었다. 그러고 학과사무실을 나왔다. 별 볼 일 없는 루머는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사그라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이가 없던 기억이다. 말한마디 제대로 못했다면, 졸지에 이상한 사람 되었을 거다. 다시 한번 언변이 가진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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