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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에세이] 디자인에 집착하라

by JW9 2024.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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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한 컴퓨터에서 덜덜덜 거리는 소리가 났다. 날개가 회전하면서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 같았다. 확인해보니 파워 제품에서 나는 것이었다. 파워 내부에는 바람길을 만드는 플라스틱 판이 들어있다. 팬이 돌아가면서 판이 흔들린 것이고 그로 인해 소리가 났던 것이다.

팬이 밑을 향하니 무게중심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회전날개와 바람길을 만드는 플라스틱 판이 자꾸 부딪히는 것이다. 일일이 확인해보고 알아낸 사실에 기분이 몹시 나빠졌다. 찝찝하고 더러운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수리를 해야하나, 그냥 써야 할까 고민했다. 불량제품이 왔어도 소리가 안나게끔 사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번거로워서 그렇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해결방법이 없는 걸로 결론지었다. 날개가 있는 곳을 밑으로 눕혀야만 조립이 가능하도록 나사구멍이 맞춰져있다. 그게 싫어서 파워제품만 바깥으로 빼서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사 구멍이라도 상하좌우 대칭이었다면, 거꾸로 뒤집어서 소리를 안 나게 했을텐데. 비대칭인 덕분에 뒤집어서 결착시킬 수도 없다.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에 집착했다. 내부까지도 심플하게 디자인하기를 주문했다.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이 들었을 거다. 하지만 결국, 내부설계도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수리하는 입장에서는 직관적인 구조여야 좋다. 설계하는 자는 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모른다. 수리를 담당하는 직원의 입장에선 직관적일수록 정확한 대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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