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역을 매일 오간다. 캐리어를 끄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외국인이 가방을 끌고 오거나 우리나라 사람이 공항에서 서울역으로 직통 열차 타고 온다거나. 이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모습을 보면 의아함이 생긴다.
내려갈 때는 여행용 가방을 자신 앞에 내려놓고 올라갈 때는 뒤에 가방을 둔다. 이건 잘못된 것이다. 자칫하면 모두가 다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행위다. 그 반대가 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언젠가 한 번은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한 여성이 가방을 자신 뒤에다 놓고 손을 놓쳤다. 그 여자는 캐리어를 집으려 팔을 뻗었다. 내가 잡아서 세워줬다. 그때 만약 그걸 잡겠다고 몸을 더 숙였다면, 나도 그 뒤에 있는 사람도 어떻게 됐을 지는 모른다.
내려갈 때는 뒤에다 두어야 한다. 캐리어가 쓰러지더라도 내 몸이 앞에 있어 캐리어를 지지해준다. 뒤로 손을 뻗어서 캐리어를 잡으면 된다. 가방을 앞에 둘 경우 가방이 넘어질 때 본능적으로 그걸 잡으려고 몸을 숙이게 된다. 나 하나 때문에 도미노 게임이 시작되어서 모두가 다친다.
자칫하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 사고의 큰 문제는 “압사”이다. 어린시절 햄버거 게임이라며 친구들끼리 장난으로 몸을 쌓았던 걸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물론 적당히 숨쉬기 어려웠지만 맨 밑에 있는 친구는 크게 소리친다. 불편해서 그렇다.
다들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나만 보인다. 나만 신경쓴다. 그래서 문제다. 왼쪽 줄이 없이 비어있으면 그냥 추월해버린다.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데 나만 화내는 건 무의미하다. 속으로 조금 투덜거리고 마는게 속편하지, 굳이 입밖으로 내뱉어서 좋을게 딱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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