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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에세이] “엄마손”이 사라진다

by JW9 2024.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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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광고를 우연히 보게 됐다. 배를 쓰다듬는 기계를 홍보하는 CF영상이었다. 이를 보며 한탄을 금치 못했다. 많은 것들이 변하였음을 실감했다. 소화가 안 될 때 쓰라는 건데, 빨갛게 불이 들어오며 복부를 따뜻하게 해준단다.

“엄마손은 약손”이던 시절이 있었다. 이때 엄마는 어떤 노랫말을 해주었는가. “엄마 손은 약손, 내 배는 똥배” 하며 쓰다듬었다. 이젠 그것마저 잃어버렸다. 한국인이라면 다 알고 있을 그 문화마저 기계에 잠식되었다.

가족이 무너졌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아이는 엄마와 스킨십만으로 연결되는 사이가 아니다. 그 이상이다. 엄마 뱃 속에서 입덧과 태동으로 교감한다. 그것도 10개월을 말이다. 사람 대 사람의 스킨십과는 결이 다르다.

밖으로 나오니 아이와 엄마는 젖줄로 이어지게 된다. 한몸이었던 것에서 하나의 분리된 개체가 되니, 갓난 아이에겐 너무 가혹한 일이다. 때문에 젖줄로 연결되도록 자연의 프로세스가 짜여있다. 젖을 떼더라도 한동안은 포대기에 엎혀 엄마와 체온을 나누었다.

어느정도 똥오줌도 스스로 가릴 때가 되면서 하나의 개체로 자리잡아갈 때 즈음 등장하는 것이 “엄마손”이다. 아이는 자주 아플 수밖에 없다. 그때는 엄마의 약손이 특효약이다. 그렇게 아픔의 주기가 줄어들며 성인이 되어가는 것이다.

엄마손은 스킨십이다. 아이와 어미가 한몸에서 떨어진지 오래되었음에도 잠시나마 하나로 연결시켜주는 소중한 매체다. 정서적 안정감이 결합된 좋은 한국식 스킨십이다. 우리 고유의 문화다. 어머니의 따뜻한 온기가 서린 만병통치약이었다. 이젠 정(情)이 사라진 시대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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