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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에세이] 신명나야 한다.

by JW9 2024.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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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과 국악 공연을 보러 갔다. 보면서 느낀 건 우리 문화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공연자가 중간중간 신호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눈치를 채지 못하고 박수를 연신 치기 바빴다. 극이 진행될 때 방자 역할의 배우가 “그런 박수가 아니여” 하면서 리듬을 알려주었다.

리듬을 알려주니 관객은 박자에 맞춰 박수치기만 했다. 대취타 공연이 마지막 순서였는데, 이때는 더욱 심각했다. 연주자들이 한데 모여 용고와 태평소 그리고 나발 등이 한데 어우러져 무아지경의 순간에 다다를 때였는데 사람들은 집중만 하기 바빴거나 박수를 치고 있었다.

연주와 창 사이에 관객은 추임새를 넣어야 한다. 그게 우리 문화다. 좋으면 좋은 대로 얼씨구, 어이쿠 등 추임새를 넣으며 흥을 돋우는 것이다. 우리 문화는 재는 것이 아니다. 정해진 음계에 맞춰 피아노 연주를 하고 바이올린이 들어오고 마림바가 화성을 쌓는 서양의 음악과 달리 우리는 어느 장단에 맞춰 그냥 느낌대로 연주할 뿐이다.

그 흐름에 연주자는 감과 느낌을 더해서 연주하며 창극배우는 대사를 자유자재로 내뱉고 노래를 하기도 한다. 관객도 마찬가지다. 느낌에 맞춰 얼씨구 어이쿠 추임새를 넣어주는 거다. 그렇게 관객은 차려진 판에 합류하게 되는 거고 모두가 어우러지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우리 음악은 재면서 하지 않기에 무아지경에 쉽게 빠질 수 있다. 감각으로 장단에 맡겨 함께 흘러가기 때문이다. 잰다는 건 예상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듣는 이에겐 스포일러처럼 재미가 반감된다. C7은 도,미,솔,시b의 음계가 모인 화성코드이고 Bbm7은 시b, 레b, 파, 라b이 합쳐진 화성코드다. 즉, 공식이 있다. 코드 진행도 장르에 따라 정해진 법칙이 있다.

우리 국악은 없다. 언제고 장단이 바뀐다. 그래서 다들 하는 말이 있지 않은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모르겠다.” 장단이란 판이 깔린 무대에서 관객은 추임새를 통해 함께 무아지경에 빠져드는 거다. 그것이 우리의 흥이고 신인 것이다. 신이 나기 위해 신명나는 판이 되기 위해 추임새를 넣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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