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때 일이다. 동아리 축제를 관리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동아리 준비상황을 확인했다. 힙합동아리와 밴드 동아리 등 음악 동아리들의 리허설을 체크했다. 체크하면서 느낀 것들이 정말 많았다. 각기 다양한 이유로 리허설 참석이 어려울 것 같다며 몇명이 불참했다. 내 입장에서 전혀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었지만 웃으면서 넘겼다.
음정이 안올라가는데, 어려운 노래를 기어코 하겠다는 친구가 있었다. 차분한 마음으로 조언했다. 그 친구는 ‘목상태가 안좋은 거여서 그렇다. 내일은 괜찮을 거’라며 그대로 하겠다고 했다. 더이상 뭐라할 수 있겠는가. 알겠다고 했다. 목관리 한다며 그 친구는 당일 무대를 지각했다. 사실 오를까 말까 노쇼를 고민했던 건데, 결국 하기로 했다. 부랴부랴 뒤늦게 올라오더니 어제처럼 원키로 노래를 불렀다. 뒤늦게 모니터링 하면서 수치심을 느꼈을 것이다.
밴드동아리의 리허설 무대도 정말 놀라웠다. 소리가 찢어지는데도, 볼륨조절을 안했다. 조언을 건넸지만, 싸가지 없는 말투와 행동으로 가볍게 무시했다. 보컬 소리도 안들려서, 줄이면 어떻겠냐며 웃으면서 말을 건넸지만 홍대병이 걸린 건지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결국 본무대에 그대로 공연을 했다. 다들 귀를 막으며 들었다. 찢어지는 소리 덕분에 무슨 노래인 지 들리지도 많았고, 가사도 들리지 않아 소음만 계속 들었다.
이 계기로 깨달았다. 별볼일 없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고집이 세기 때문에, 애써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뭐가 되었든 제멋대로 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굳이 자극하려 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세이] 그려려니 하는 마음 (0) | 2021.12.11 |
---|---|
[에세이] 말에서 폭력으로 (0) | 2021.12.08 |
[에세이] 최악인 인간 유형 (0) | 2021.12.08 |
[에세이]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한 방법 (0) | 2021.12.07 |
[에세이] 설렘을 찾기 어려워졌다. (0) | 2021.12.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