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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에세이] 어설프게 하지 마라

by JW9 2021.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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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쉬는 날이어서, 머리카락을 자르러 1층에 미용실을 방문했다. 단골 미용실은 아니다. 매번 가던 곳이 있지만, 항상 손질해주던 디자이너가 그만두는 바람에 새로운 곳을 찾는 중이었다.

펌과 같이 커트할 생각이었다. 예약했냐고 묻길래, 아니라고 답했다. 여기 방문한 적이 있냐 물어봤다. 처음왔다고 말했다. 그러고선 가방을 보관했다. 보조 알바로 보이는 그 직원은 내 정보를 미용사에게 전달을 안했다. 미용사가 재차 다시 물어봤다. 예약 안했고, 처음이라고 다시 답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생각했다. 손님이 없고 충분히 대화가 들릴 정도였지만, ‘그래’하는 마음으로 그냥 넘어갔다. 볼륨 들어갈 만큼 조금 깊게 펌을 넣어달라 했다. 미용사는 사진을 보여달라고 했다. 보여줘도 그렇게 안될 것도 아는데 왜 묻는 지 모르겠지만, 대충 찾아서 보여줬다.

세팅펌이라며 자연스레 가격표에 있는 높은 서비스로 유도했다. 그 중 제일 싼 걸로 해달라 했다. 동네 미용실에서는 솔직히 비싸도 큰 차이 없다. 연예인들처럼 꽤 비싼 곳에서 하는 것이 아니면, 만원 이만원 더 준다 한들 비슷하다.

펌을 하기 전 커트하면서, 머리결이 상했다며 영양을 같이 하면 좋겠다며 추가 서비스를 또 유도했다. 일단 여기서 짜증이 일차적으로 올라왔다. “일단 자르고 난 뒤에 상태를 보고 결정할게요” 라는 말로 거절하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좋다. 여기까진 그럴 수 있다. 첫 방문인 고객에게 비싼 서비스를 구매하게끔 유도해서 단물 뽑아먹을 수 있다. 그런데, 자르던 중에 자리를 두차례나 벗어났다. 몹시 불쾌했다. 서비스에 집중하지 않고 한눈을 팔기까지 하니, 이젠 모든 게 의심의 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그래 참자”는 말을 되새기며 기다리다, 또 자리를 비웠다. 이번에는 건너편 어떤 아줌마가 미용사에게 어플로 본 사주를 읊으면서 여자운이 좋다고 말했는데, 이를 듣고 자리를 뜬 것이다. 이것이 도화선이 되었다. 커트만 하고 가야겠다 마음먹었다. 보조 알바를 불러 커트만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미용사가 돌아와서는 왜 갑자기 커트만 하냐고, 화나셨냐 물었다. 왜 묻는 건가. 화났으면 화났다고 어느 누가 말하냐. 오히려 상대의 화를 더 돋울 뿐이다. 근데, 이는 그 말을 썼다.

“아까 머리카락이 상했다 말하길래, 괜히 펌을 하면 안좋을 것 같아 커트만 한다.” 좋게 응수했다. 그러자 갑자기 더 열심히 하는 척 마무리 커트를 했다. 샴푸를 하면서, 자꾸 이것저것 물어보길래, 간단하게 답만 했다.

본인이 느끼기에 가장 힘든 직업군이 어린이집, 간호사, 미용사라고 말했다. 돈도 많이 못번다며, 의사와 변호사는 벌이가 더 높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속으로 어이가 없지만, 그렇다며 받아줬다.

결제하려고 나가는데, 계좌이체 또는 현금유도를 한다. 포인트 10프로 적립해준다는 말과 함께. 이번에는 그냥 카드로 하겠다며 카드 결제했다. 맡겨놓은 가방을 달라고 말하니, 보조 알바는 가방! 하면서 말만 외치고, 미용사가 꺼내줬다. 내 정보 저장한다길래 그냥 이름이랑 핸드폰 번호를 알려줬다. 과연 내가 다시 찾아올 것이라 생각하는 건지.

모처럼 쉬는 날에, 지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와서 머리카락 좀 다듬을까 하고 왔는데, 이런 불쾌한 서비스를 받으니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글쓸 내용 하나 건졌긴 했지만, 버려진 시간에 비하면 그다지, 좋지는 않다. 미용사도 돈 많이 버는 사람은 많이 번다. 본인은 왜 아닌가를 되뇌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전문직 군은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기에, 높은 급여를 받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 일련의 행동들 덕분에 절대 재방문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나를, 불쾌하게 만들었을까.

첫째, 보조알바인 지 뭔지 모를 그 사람의 기본적인 센스가 부족한 서비스. 둘째, 첫 방문인 손님을 향해 대놓고 비싼 서비스를 유도하는 멘트. 셋째, 추가시술을 권유하는 멘트. 넷째, 커트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곳에 한눈팔던 행동. 다섯째, 화났냐는 상대의 화를 돋우는 멘트. 여섯째, 앞서 이야기한 불쾌한 서비스 이후에 미용사 직업 군에 대한 한탄을 얘기한 점. 여섯째, 결제하면서 현금이나 계좌이체를 권유한 점. 일곱째, 퇴점할 때 가방을 건네는 걸 깜박한 보조알바의 서비스.

그들은 몇만원 더 뽑아먹으려는 짧은 생각으로, 첫 손님을 단골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더군다나 펌에서 더 비싼 시술로 몇만원 받아낼 수 있던 것조차, 본인과 직원의 수준낮은 서비스 덕분에 커트비용만 받아냈다.

자영업은 의사나 변호사 전문직보다 더 많이 돈을 벌 수 있다. 그들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자영업에 쏟는다면, 경제적 자유는 금방 이룰 수 있다. 그들을 보며 대단하다 칭찬하지 못할 망정, 그들만큼 돈을 벌지 못한다며 깎아내리는 말이 가당키나 한가. 본인이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 지 헷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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