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말21 [에세이] 말과 글로 풀어내는 것 말을 많이 하면 글 쓸 생각이 딱히 들지 않고, 글을 많이 쓰면 말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느 날에는 독후감만 계속 쓰는데, 입이 쉽게 벌어지지 않는다. 이 얘기 저 얘기 떠들다보면 커서를 띄울 생각조차 없다.총량이 있다. 말과 글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비슷한 경계에 있다보니 그런 건 아닐까. 돌이켜보니 글이 뭔가 시원하게 써지지 않을 때는 말을 충분히 했었다. 내가 그럴 재주가 못되서 그런 걸지 모른다. 내겐 총량이 있다. 글쓸 체력과 말할 체력을 공유하고 있다. 말하는 걸로 충족하지 못하면 글로 채우고, 글로 채우지 못하면 말하는 걸로 푼다. 2024. 12. 28. [에세이] 길면 안 된다. 말과 글은 길어서 좋을게 없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명확한 판단을 불가능하게 한다. 핵심을 모호하게 만들거나, 본질은 없는 빈 껍데기일 수도 있다. 길면 해석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기 때문에 거부감이 든다.이분법적 사고는 그런 에너지를 줄이고자 생겨난 인간의 사고방식이다. 점점 모호해지는 것이 많으니 이도 저도 아니면 무시해버린다. 확증편향을 줄이기 위해선 어떤 말이라도 모호한 여지를 없애야 한다. 처세를 위한 말이라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분명 줄일 필요는 있다. 호불호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받아들이고 명확하게 말하는 걸 습관화해야 한다. 특히 사실을 이야기할 때만큼은 더 신경써야 한다. 2024. 12. 21. [에세이] 표현에 주의하라 단어를 쓰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해주는 것”. 애를 낳아준다거나, 내가 청소 해준다거나. 이 말을 하는 순간 발화자는 상대로 하여금 위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내가 위에 있으나 자비를 베풀어 원하는 바를 대신 해주겠다는 뜻이 된다.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쓰면 안 된다. 서로 헌신하는 것이 당연한 관계인데, 마치 일방적 희생인 것처럼 표현하면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사랑을 측정할 수 있는가. 2시간 이상 통화하면 정말 사랑하는 것이고, 30분 통화하면 덜 사랑하는 것인가. 내가 이만큼 했으면 상대가 이정도는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는 건 상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재기 시작하면 관계가 꼬인다. 남녀의 만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끌림이다. 끌려서 만나면 서로 재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 2024. 10. 8. [에세이] 인위적인 단어를 경계하라 저녁 정보 프로그램에서 음주운전 단속 내용을 다뤘다. 한 사람의 측정 결과가 면허 취소 수준의 수치였다. 그때 한 아나운서는 이렇게 말했다. “어휴 큰일나실 뻔했어요.” 과연 이 말이 맞을까? 틀렸다. 이 말은 음주운전 당사자를 향하는 말이다.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나실”이란 존대의 표현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정도의 리액션이 그나마 적절하다. 이렇듯, 언어란 무의식을 지배하고 그것이 곧 나의 사고가 되며 생각으로 이어진다. 만들어진 의도가 불쾌한 단어의 사용은 피해야 한다. 줄임말과 은어 등의 사용을 절제할 필요가 있다. 나의 사고가 위험해진다. 100만 과학 유튜버가 “저출생”이란 단어를 사용해서 뭇매를 맞았다. 해당 유튜버는 이 단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몰.. 2024. 9. 28. 이전 1 2 3 4 ··· 6 다음 728x90 반응형